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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뉴스
  배고프면 잠 안 오는 이유
ㆍ작성자: 투모로 ㆍ작성일: 2018-07-06 12:53 ㆍ조회: 1435
ㆍ분류: 생물학 ㆍ추천: 0   http://paulus2.woob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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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노산 세린 농도가 영향
“저도 알죠. 그런데 배가 고파 잠이 안 오는데 어쩌겠어요…”
마른 체형이다 보니 남자임에도 가끔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 거 없다고 대답하면서도 “다만 밥 세 끼 말고는 간식이나 야식을 안 먹는다”고 덧붙이면 대부분 “그게 차이!”라며 혀를 찬다. “안 먹으면 될 거 아니냐?”고 반문하면 위와 같이 답한다.
분명 저녁은 비슷한 양을 먹었을 텐데 누구는 네다섯 시간 뒤에 별문제 없이 잠이 들고 누구는 배가 고파 잠이 안 온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후자의 경우 심리적 배고픔이거나 몸의 영양 상태를 알리는 생리 시스템이 오 작동한 결과 아닐까.
하지만 필자 같은 사람도 저녁을 굶으면 배가 고파 잠이 잘 안 온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저녁을 건너뛰면 밤이 더 힘들기 마련이다. 사실 허기가 느껴지면 잠이 들기 어려운 건 보편적인 현상으로, 사람 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관찰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현상이 이해가 된다. 먹을 게 없어 속이 빈 상태에서도 잠을 잘 잔다면 굶어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깨어서 먹이를 찾는 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굶주림이 수면을 억제하게 신호를 보내는 걸까.
초파리는 곤충이지만 수면의 측면에서는 포유류인 인간과 비슷한 면이 많다. 굶주리면 수면이 억제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초파리를 대상으로 이 과정에 아미노산 세린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위키피디아

초파리는 곤충이지만 수면의 측면에서는 포유류인 인간과 비슷한 면이 많다. 굶주리면 수면이 억제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초파리를 대상으로 이 과정에 아미노산 세린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위키피디아


아미노산 세린 농도가 판단 기준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 7월 3일자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한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실렸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최준호 교수팀은 초파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아미노산의 하나인 세린이 이 신호를 매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빅테이터를 분석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즉 마음대로 먹이를 먹은 초파리와 24시간 동안 먹이를 주지 않은 초파리의 뇌에서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하루 동안 굶은 초파리의 뇌에서 264개 유전자의 발현량이 높아졌고 406개 유전자의 발현량이 낮아졌다.
연구자들은 이 유전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봤고 눈에 띄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아미노산 세린을 합성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은 늘어난 반면 분해하는 유전자의 발현은 줄었다.
즉 굶으면 뇌에서 세린이 많이 만들어져 농도가 올라간다는 말이다. 뇌에서 세린의 농도를 측정하자 정말 그랬다.
연구자들은 세린을 합성하는데 관여하는 효소 유전자 aay의 발현량이 낮은 돌연변이체를 대상으로 굶주림의 수면 억제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지 알아보기 위해 먹이가 없는 환경에서 24시간을 두고 잠든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정상 초파리는 먹이가 없을 때 먹이(설탕)가 있는 환경에 비해 수면 시간이 20% 넘게 줄어든 반면, aay 변이 초파리는 10% 줄어든 데 그쳤다.
한편 세린을 분해하는데 관여하는 효소 유전자 stdh의 발현량이 낮은 돌연변이체를 대상으로도 같은 실험을 했다. 이 경우 만들어진 세린이 제대로 분해가 되지 않아 뇌에 축적될 것이므로 굶주림의 수면 방해 효과는 증폭될 것이다.
실험 결과 정상 초파리는 먹이가 없을 때 먹이가 있는 환경에 비해 수면 시간이 30% 정도 줄어든 반면, stdh 변이 초파리는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이번 연구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결과이지만 사람의 뇌에서도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굶주림의 신호가 수면 억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정말 그렇다면 밤에 배가 고파 잠들기가 어려워 야식을 끊지 못한다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 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야식을 끊지 못하는 이들의 ‘약한 의지’를 탓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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